자아를 가진 사람인 기획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객관적 시각으로 자신의 서비스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자아가 이미 객관적이 않기 때문입니다. 흔히 회의 때 이사나 부장이 직원들에게 하는 말들을 부하 직원은 꼰대 소리로 치부하지만 당사자는 상당히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젊은 꼰대 현상과 기획
회사의 나이 든 부장, 차장들의 생각과 주장에 지쳐서 자신의 아이디어로 스타트업 창업한 젊은 창업가가 어느덧 이전 부장, 차장보다 더한 꼰대가 되고는 합니다.
젊은 꼰대는 늙은 꼰대보다 일반적으로 꼰대력이 더욱 강력한 경향을 보입니다. 경험의 차이 때문입니다. 상충된 경험에 따른 상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절대적 경험의 양뿐 아니라 실패의 경험 또한 늙은 꼰대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이유는 늙은 꼰대의 꼰대력은 생존과 조직에 대한 자신의 기여에 대한 보상 심리가 많이 작용하는 반면, 젊은 꼰대의 꼰대력은 자기 확신에서 주로 발생하기에 더욱 강력합니다.
이렇게 자기 확신이 있는 주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는 의견을 나누기도 힘들고, 조정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합니다. 서비스 기획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런 자기 확신의 문제는 객관화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주장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의견은 주관적이고 비합리적이라 치부하며 공격적이 됩니다. 심한 경우 이런 반대 주장은 절대적으로 정답인 자신에 대한 인신공격으로까지 받아들이는 현상까지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기획하고 진행되어 성과까지 보인 서비스라면 기획자는 서비스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절대적인 정답이라 믿는 경향성을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합리성과 객관성을 끼워 맞추기 시작합니다. 젊은 꼰대의 반응 특성과 비슷해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객관적 관점의 기획
이러한 과정과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학습되어 가는 과정 중 서비스 충성도가 형성되는 것과 이는 매우 비슷합니다. 이렇게 학습되어 강력한 충성도가 형성된 사용자는 다른 경쟁 서비스에 대해 적대적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여러 서비스를 비교하면서 더 나은 서비스를 그때그때 사용하는 것이 더 이익일 것 같지만, 이렇게 학습이 완료된 사용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종의 프로 스포츠나 아이돌 팬덤과 비슷합니다. 심한 경우 훌리건(이들도 팬입니다)과 비슷한 특성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런 경향성은 보상의 반복과 자아와 대상을 일치화 할 때 강하게 나타납니다. 명품에 대한 과도한 애착, 스타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나는 심한 경우 스토킹과 약한 경우 예쁜 쓰레기 수집 현상 등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를 자신이 만들고 키웠다면 어떨까요? 이에 대한 애착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엄마들의 치맛바람이나, 자식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인식하는 것, 대학이나 회사 같이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는 것도 다 이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부모들이 하는 행동과 이야기들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것일까요?
물론 이들도 자신의 행동과 말이 객관적이라 주장합니다. 서울대 가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 삼성전자 다니는 것이 왜 나쁜 것이냐 등의 논리를 댑니다.
여기서 이미 객관화의 오류가 발생한 것입니다. 서비스 기획자도 일반적인 평균을 객관화하는 오류를 통해 자신의 기획을 합리화해 나가게 됩니다.
모두와 우리, 그리고 나
문제는 모두가 서울대에 가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 삼성전자는 하나의 전자회사라는 현실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것이 누구에게나 객관적으로 좋은 것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서비스에도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것이 어떤 사용자 그룹에게는 좋지 않은 것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좋은 분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좋으니 이 분유를 먹으라고 한다면 이는 이런 사람들을 심하면 죽음으로 몰 수도 있게 됩니다. 이 말은 일반적으로 좋은 것이 어떤 집단에게는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를 우리 기업과 팀, 나 또는 너로 바꾸어 생각해 보면 서비스 기획의 경험 설계에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기획자는 앞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그들이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기획하는 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자가 보고 판단하는 정보와 데이터도 잠재 사용자 그들은 아닙니다. 단지 수집된 그들의 일부일 뿐입니다. 더욱이 잠재 사용자 중 서비스 경험을 선호하게 될 또 다른 일부의 그들과 별로로 느낄 또 다른 일부의 그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객관적으로 좋아할 것이라는 말은 다분히 주관적인 주장인 것입니다. 단지 확인할 수 없기에 주장의 강함과 기업의 위계에 따라 그냥 수용되는 것일 뿐입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서비스 목표에 맞게 객관적이지 않은 객관적이라는 강력한 주장에 의해 서비스 기획의 오류는 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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