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면 많은 IT 기업들의 인원 감축 관련 이야기를 보게 됩니다. 물론 회사가 어려운 경우는 당연하겠지만, 여전히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도 인원 감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경영 기획 관점에서 당연한 현상이기는 하지만 IT 기업은 기술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1명이 할 수 있는 일을 3명이 하는 이유
과거 대기업에 있을 때 1명이 잘하고 있었던 일을 조직 개편을 통해 3명이 하는 것으로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1명이 하면서 문제없었던 작업들이 3명이 나누어서 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거대 기업의 경우 자주 일어납니다. 이는 업무의 문제가 아닌 기업 내 권력과 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팀장 밑에 1명이 있는 것과 3명이 있는 것은 회사 내 다른 위상입니다. 아마 일 처리를 잘하고 못하고 등 다른 정보 없이 지금 팀을 상상해 보고 어느 팀장이 더 능력이 있고, 어느 팀이 회사 내 위상이 더 높을지 판단해 보라고 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3명이 있는 팀을 꼽을 것입니다.
팀원이 3명이 있는데 업무 진행에 문제가 있다면 1명을 더 추가해 4명 팀으로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일을 못하는 팀원이라도 줄이는 것보다 다른 팀의 일 잘하는 팀원과 바꾸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팀도 일을 못하는 팀원을 받고 일 잘하는 팀원을 보내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팀장은 추가로 팀원을 받으려고 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업무의 수준은 기본을 이제 맞추게 되었지만 팀원이 4명이 된 팀의 회사 내 위상은 더 커지게 됩니다. 일종의 선거권이 3장에서 4장으로 늘어난 효과인 것입니다.
회사가 잘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온라인 서비스를 진행하는 IT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도 일반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과 거의 같습니다. IT 기업도 본질은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첨단 기술을 사용한다고 해서 직원이 AI 안드로이드가 아닌 사람이므로 일반 조직 관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똑같이 발생하게 됩니다.
보통 회사가 성장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규모를 늘리는 것입니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외부에 더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출 1천억 원에 300억 원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이 있고, 매출 1조 원에 영업이익이 없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회사만 보면 영업이익률이 매출의 30%나 되는 전자의 기업이 더 좋은 기업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영향력은 영업이익은 없지만 매출 1조 원의 기업인 후자가 더 큽니다. 매출을 1조 원이나 내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 맺는 관계의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기업 내부에서도 발생합니다. 아무리 일을 잘하는 소규모 전문 팀보다, 일은 그저 그렇지만 인원이 많은 대규모팀의 회사 내 발언권이 더 강력합니다. 또한 업무의 중요성이 아니라 팀 간의 관계의 주도권에 의해 회사 내 영향력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업무의 영역이 아니라 이는 관계의 영역입니다.
이를 경영 기획 분야에서는 사내 정치 및 전략적 관계라고 봅니다. 대부분의 사내 정치와 전략적 관계는 업무의 효율성보다는 권력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관계는 규모를 통해 간접적으로 평가됩니다.
전후 관계가 무엇이듯 이렇게 평가된다는 사실이 팀의 규모를 늘리려 하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 필요 이상 개발자를 많이 채용했고 또 필요 이상 연봉 인상이 되었던 것은 우수 인력 확보의 의미도 있지만 기업 간 과시 경쟁도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각 기업 경영진 간의 정치적 싸움으로 보였습니다. 만약 우수 인력을 원했다면 핀셋 채용을 통해 연봉을 차등화했을 것입니다. 불특정 한 사용자도 개인화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 개발자를 개인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합리성이 필요한 IT 기술과 그렇지 못한 UX
판교, 강남, 광화문, 구로 등 직장인이 많은 곳은 관심사는 비슷합니다. 대기업 다니나 중소기업 다니냐, 연봉은 얼마인가 등입니다.
재밌는 사실은 이를 통해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고 부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자신의 능력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단 평가의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기업에 다니고 연봉은 얼마인가입니다.
과거 은행권에서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뉴스에 나온 은행들의 고민은 나가라는 사람은 안 나가고, 나가면 안 되는 핵심 인력의 명예퇴직 신청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 것은 간단합니다. 능력 있는 인력은 은행을 나가도 좋은 조건으로 갈 곳이 많으므로 명예퇴직으로 한몫 잡고 이직하면 됩니다. 그러나 갈 곳이 없는 인력은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나가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그냥 있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좋기 때문입니다.
명예퇴직을 기획한 은행 사람들이 어리석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인터넷과 모바일로 은행 거래를 하는 지금의 은행은 첨단 기술로 무장된 기업입니다. 이들이 만들어낸 시스템과 기술이 비합리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약 은행 시스템과 기술이 완벽한 합리성, 즉 논리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면 사회 문제가 클 것입니다. 이체 거래가 사라지고, 잔고가 그때그때 다르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곤란을 겪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합리성은 사람에게 적용되면 비합리성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마케팅에서 이를 사용자 경험, 소비자 경험이라 부릅니다.
기본적으로 완벽한 제품이 사람인 소비자에게 광고/홍보를 통해 정보가 전달되고, 구매가 이루어지고, 사용되면서 발생하는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합리성과 비합리성 사이에서 나타납니다. 단지 이를 말하는 사람이 자신은 합리적이라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UX라 합니다.
온라인 서비스를 기획하고, 설계하고, 개발할 때는 완벽한 합리성에 기반하여 작업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람 관계와 연결되면 비합리성의 지배를 강하게 받게 됩니다. 나랑 친한, 나완 같은 팀, 내가 좋아하는 부분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좋게 하려 합니다. 때로는 부정적 정보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기도 하고, 이런 것은 반대편 때문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은행권의 명예퇴직을 기획한 사람들은 승진도 못하고 후배들에 밀리는 상황이 될 바에는 차라리 기존 퇴직금에 1년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다양한 지원 정책을 받고 퇴사하는 게 더 유리하다 생각했을 것입니다. 회사 내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은행이라는 명패와 연봉은 한직이라도 중소기업보다 더 나은 상황입니다.
그런 여기서 이런 인력을 처음부터 뽑지 않았으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명예퇴직을 대규모로 할 만큼 많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금융 시스템을 기획/개발할 노력을 조금이라도 사람 뽑는 데 사용하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채용은 아무리 중간에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결국 사림(면접관)이 사람(지원자)을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분히 상황과 개인 성향에 따른 사람의 비합리성이 지배될 가능성이 크게 됩니다. 명예퇴직 상황에서는 문제가 되는 것은 면접 시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높은 충성도로 느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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