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대 SI 커머스 플랫폼 프로젝트라는 롯데온 프로젝트가 2여 년의 개발이 끝나고 2020년 상반기 오픈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많은 버그와 문제점으로 초반 앱 사용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서비스 기획 관점에서 검토해 보겠습니다.
먼저 개인적으로 롯데온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롯데온이 개발되던 시기 다른 프로젝트에 있었고 롯데온 개발 말기와 론칭 후 제안을 받은 적은 있습니다. 대략 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롯데온에 대해 들은 것이 있어 참여는 안 했습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문제점은 SI 개발이 가진 일반적 문제를 의미합니다. SI 프로젝트를 기획자로 참여하면서 겪은 문제로 이제는 SI 기획이 아닌 서비스 기획만을 진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기획이 없을 때 SI 개발 프로젝트가 어떻게 흘러 가는지에 대한 것은 이후 다른 글을 통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앞으로 쓸 글 또한 SI 프로젝트에 중간에 투입되어 고객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것입니다.
BtoC 플랫폼 SI 프로젝트 기획 과정의 문제점
온라인 서비스의 독창성과 유저의 사용 욕구 충족을 위해서 온라인 BtoC 플랫폼 개발 시 서비스 기획이 필요하지만 SI 대행사의 개발 목표에는 서비스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서비스 독창성에 대한 기획은 독창성이란 단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개발 기간을 늘리는 요소가 될 뿐입니다. 유저의 사용 욕구 또한 SI 개발사의 의무는 아닙니다. 유저 사용 욕구에 대한 것은 SI 고객인 기업 또는 개발 전 진행되는 컨설팅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SI 고객 기업은 SI 개발 전 PI, BPR 같은 컨설팅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서비스 기획은 아닙니다.
많은 경우 SI 기획자는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력이 높은 기획자의 경우 사용 프로세스 정도를 더 그리는 정도입니다. 또 기획 PL은 고객과 요구사항을 정리하여 스토리보드를 그릴 기획자들을 관리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기획자를 경력 프리랜서로 두고 기획 PL은 기획을 배우는 SI 회사 정직원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웹에이전시의 경우 오래된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더 하기 싫어할 때 기획 PL을 맡기도 합니다. 이 경우 무작정 스토리보드 문서 작업만 요구하다 기획자가 나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러면 다른 기획자가 들어올 동안 기획 업무는 중지됩니다. 기획 PL이 기획 업무를 해본 적 없고 기획서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해온 디자이너이기에 요구할 수는 있어도 기획서 작업을 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SI 프로젝트의 기획자의 주 업무는 스토리보드 작성이라 했는데 그럼 스토리보드는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문제가 남습니다. SI 프로젝트에서는 보통 이 기준이 요구사항 정의서인데 이 또한 문제가 있습니다. SI 고객의 필요는 기능의 구현이 아닌 유저에게 제공될 온라인 서비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고객의 요구사항은 서비스에 필요한 것이지만 고객은 서비스 기획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요구사항에 맞추어 기능을 충실히 구현하면 고객의 마음에 안들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때때로 SI 작업 현장에서는 장시간 회의를 통해서도 결론을 못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SI 개발 인력들은 근무 시간에는 고객과 회의하고 고객이 퇴근하면 개발을 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이렇게 개발한 결과물에 대해 고객이 컨펌을 해주면 좋은데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서비스 기획이 없기 때문입니다.
구매 버튼이나 장바구니는 쿠팡에도 있고 SSG닷컴에도 있습니다. 카페 24를 통해 개발된 조그마한 쇼핑몰에도 있습니다. 단지 여러 쇼핑몰의 장바구니를 통합한 통합 장바구니라고 다를 이유는 없습니다. SSG닷컴 등 여러 쇼핑몰을 운영하는 기업의 통합 앱에서는 다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냥 통합 장바구니 기능만 넣어서는 엄청나게 많은 SI 프로젝트 비용을 내는 고객 입장에서는 겨우 SSG닷컴 비슷하게 만들려고 이런 SI 프로젝트 비용을 내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온라인 사용자 기반 SI 프로젝트가 잘 되기 위해 필요한 기획
하나의 온라인 서비스가 개발되기까지 과정을 놓고 이 과정 중 기획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을 체크해 보겠습니다. 이 과정은 이전 글들에서도 언급한 것입니다.
[서비스 기획 과정]
- 서비스 시장의 니즈와 욕구 파악
- 서비스 목표 소비자 설정 및 가치 구체화
- 목표 소비자 니즈와 욕구 달성을 위한 기능 도출
- 기능이 제공하는 기본 서비스 프로세스 정의
- 가치 전달의 위한 디자인, 화면 구조, 카테고리 정의
- 서버 등 물리 시스템, 개발 프레임워크 결정
- 사용자 프로세스 기획, ERD, 시퀀스 다이어그램 등 개발 기획, 서비스 디자인 기획
- 사용 프로그램(라이브러리, 오픈소스 등), 와이어프레임 설계
- 스토리보드, 화면 도출 후 디자인 가이드 작성 , 스토리보드에 따른 개발 프로그램 세부 내역
- 코딩, 서비스 화면 세부 디자인
위 과정은 제가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면서 정리한 것으로 학문적인 바탕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먼저 밝힙니다.
보통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 중 기획은 1~5에 해당합니다. 6~7은 기획된 내용을 받아서 개발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SI 기획자가 주로 많이 하는 스토리보드 작업은 기획 업무라기보다는 기획 자료를 받아서 구체화시키는 기획 관련 문서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획 PL은 스토리보드 작업을 거의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기획 PL이 기획 업무도 모르고 요구사항 협의만 진행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됩니다. 구체적 요구사항은 서비스 기획 하에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기획이 없다면 고객 기업도 요구사항의 구체적 내용을 잘 모를 가능성이 큽니다.
하물며 기획 PL이 서비스 기획을 모르는 것은 물론 요구사항 정의와 기능 정의도 모른다면 그 프로젝트는 잘못될 가능성이 매우 커 질 수밖에 없습니다.
ERP나 관리시스템, 데이터 시스템 등 기업 내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솔루션 기반 프로젝트의 경우는 다를 수 있지만 외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서 기획 PL이 서비스를 모르는 것은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서비스는 커녕 요구사항 정의나 기능 정의, 정책 확정 등의 업무를 모르고 기획 업무를 그냥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일이라고만 아는 기획 PL도 많으니 서비스를 모르는 정도는 그래도 양호하다 할 수 있습니다.
경험한 SI 프로젝트 중에서는 온라인 커머스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된 PM이 SI에 왜 기획자가 있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고, 기획 업무를 해본 적 없는 고참 디자이너가 기획 PL인 SI 프로젝트도 있었습니다. 기획서 정리하러 들어간 종료를 1~2달 앞둔 시점의 온라인 커머스 프로젝트에서는 기획 PL이 이제야 스토리보드를 만들라는 요구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스토리보드도 없이 개발이 거의 종료된 것입니다. 요구사항도 개발 종료 1달 전에 정리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SI 프로젝트들 중에는 국내 3대 SI 기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SI 기획 업무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모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마 규모가 큰 SI의 많은 부분이 ERP, 회계, 데이터 등 솔루션 기반 내부 직원이 사용하는 관리 시스템 개발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BtoC SI 프로젝트의 아이러니
고객은 많은 돈을 내는 SI 프로젝트이니 SI 기업이 서비스 기획을 해 준다고 생각하고 SI 기업은 SI 프로젝트의 특성상 고객의 요구사항을 개발해 주는 것이므로 서비스 기획은 고객이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큰 아이러니는 온라인 유저에게 서비스될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서비스 기획은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객도, PI 같은 컨설팅에도, SI 기업도 서비스 기획을 하지 않습니다. 아예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면 온라인에서 사용 유저에게 서비스되는 BtoC 플랫폼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떤 설계를 가지고 만들어야 할까요?
길고 여러 함수와 라이브러리, 변수가 들어가는 코딩을 할 때나 다양한 기능의 제품을 개발할 때 먼저 설계를 합니다. 하다 못해 복잡하고 긴 글을 쓸 때나 영화 같은 콘텐츠를 만들 때도 계획을 세웁니다. 이것을 기획이라 합니다. 그런데 수십억에서 수백억 예산을 가지고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1년 넘게 개발을 하는데 스토리보드 기획을 두고 작업한다는 것은 또 다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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