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주로 앱이나 웹 기획과 서비스 기획을 하고 있지만, 경력을 마케터로서 주로 SP(세일즈 프로모션)과 온라인/모바일 광고로 시작해서 이후 온라인 사업 기획을 했었던 경험을 토대로 요즘은 퍼포먼스 마케팅이라고 하는 단기 성과 중심 마케팅에 대해 지적할 수 있는 몇 가지 안건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단기 성과 지향 마케팅 케이스
어쩌면 지금 퍼포먼스라 부르는 마케팅과 유사한 성과를 기준으로 광고비를 받는 온라인 마케팅 프로젝트를 2005년에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그전에는 제가 경험한 온라인 광고는 미리 정한 광고비를 받고 매체를 선정하여 광고를 진행한 후 평가를 노출과 클릭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온라인 마케팅 이전에는 2000년 엠닷컴(018)에서 SP(세일즈 프로모션)으로 전사 가입자 프로모션을 담당했습니다. 지금은 모를 수도 있는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광고는 한때 이동통신 5개 사가 경쟁하던 시절 최고의 캠페인으로 불렸고 , 018은 어떤 이통사 보다 우월한 최고의 프로모션(퍼포먼스) 마케팅(SP) 회사로 인정하였습니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광고 캠페인을 가지고 있던 018(엠닷컴)은 최고의 가입자 프로모션을 수행하는 이통사였습니다. 이 시절 저는 018 본사 판촉기획팀에 배정되어 가입자 프로모션을 매월 진행해야만 했습니다. 018을 인수한 한국통신이 가입자 기준 200만 조금 넘는 수준을 300만 이상으로 넘겨야 016과 합병을 한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합병은 5개사 중 꼴찌였던 018에게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비록 기간은 6개월 정도밖에 없었지만 꼭 해야만 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우수한 광고팀이 앞서 말한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광고로 시장에 이목을 끌었던 것과 판촉기획팀 선배들이 이미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신입으로 선배들이 해 놓은 시스템에 잘 적응하여 프로모션 운영만 잘하면 되었습니다.
물론 신문 광고, 포스터/전단 기획과 디자인, 판촉물 제작, 각 영업팀으로 전달되는 프로모션 물품을 관리하는 3자 물류 등을 프로모션 운영과 함께 해야 하는 점이 좀 바쁘기는 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듯 018(엠닷컴)의 가입자 프로모션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매월 진행되는 프로모션은 대 성공이었고, 시장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결과 018 가입자는 허락된 기간 6개월이 되기 전 300만 명을 돌파하게 되었습니다.
이동통신 5개 사가 경쟁하는 시절에 이런 가입자 증가의 성과는 쉽게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016과 018이 합병한 KTF 이후에도 아직 신입임에도 전문가 대우를 받을 수 있었으며,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인 KTF 브랜드 론칭과 멀티팩 체험단/체험관 프로젝트를 담당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디자인 기획에서도 과거 신세기 통신(017) 디자이너가 방문했을 때 KTF 마케팅 전략실에서는 저를 디자인 담당으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KTF 브랜드 론칭은 KTF 본사가 위치한 테헤란로에서 하는 최초의 단축 마라톤으로 이슈가 되었습니다. 멀티팩 체험단은 최신 핸드폰을 5천 대를 무료로 전국에서 선정된 신청자에게 제공하고 미션에 따라 멀티팩을 사용하게 끔 했습니다. 멀티팩 체험관은 전국에 분포하고 있는 드라마하우스와 나지트 모두에 멀티팩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작하여 운영하였을 정도로 KTF가 사활을 거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가입자 프로모션의 성공이 아직 신입 사원에게 회사 전체 프로모션, 디자인 담당이라는 업무를 물론, 회사가 사활을 거는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하는 일을 맡기게 만든 것입니다. 더 재밌는 사실은 아직 입사 만 2년이 안된 신입이었다는 점입니다.
단기 성과 마케팅 성공의 결과
이후 더 경력이 쌓인 후 사업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 과거의 SP 성과에 대한 회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솔 엠닷컴(018)은 나머지 이동통신 4개사인 SK텔레콤(011), 신세기 통신(017), 한국통신프리텔(016), LG텔레콤(019)이 인정하는 마케팅을 잘하는 기업이었습니다. 특히 가입자 프로모션 부분은 확실히 다양한 아이템과 이슈를 통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고 성과도 좋아 더욱 인정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018은 다른 이통사에 비해 가입자가 적었습니다. 특히 한국 통신에 인수되어 합병되는 016에 비해서도 가입자가 많이 작았습니다. 시장의 일부 평가는 018은 마케팅을 잘하고 016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가 있을 정도임에도 018은 016보다 가입자가 적었습니다. 가입자 프로모션(SP) 성과만 보더라도 018이 훨씬 좋았음에도 018은 016의 가입자를 넘는 것은커녕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하나의 가입자 프로모션 프로젝트 성공과 실패 관점에 아닌 마케팅 자원의 활용과 효율이라는 조금 더 긴 시간의 관점으로 바라보니 이유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사업을 하는 시장의 특성에 따라 독특한 경쟁우위 원리가 생겨나게 됩니다. 이것은 단기적인 마케팅 성과가 모여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즉, 단기 성과의 합은 언제나 전체 마케팅 성과보다 작다는 것입니다. 이는 모두 마케팅 행위 자체가 아닌 마케팅 자원 때문에 일어납니다.
분명 엠닷컴(018)은 어떤 경쟁 이통사보다 보이는 마케팅을 잘했습니다. 그러나 이통 시장의 경쟁 원리는 단지 광고와 가입자 프로모션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자본과 브랜드가 어쩌면 더 중요한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력 요소였던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해당 시장의 경쟁 원리에 따라 단기 성과 중심, 그러니까 단기 퍼포먼스 지향 마케팅은 전체 기업의 마케팅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바로 마케팅 자원의 고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석유의 나라인 사우디의 네움시티 프로젝트, 중동에서 석유가 나지 않는 두바이의 성공도 바로 이점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단기 성과주의와 대리인 효과
어떤 기업이나 개인이 단기적인 성과를 평가해서 성과급을 받거나 승진을 한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단기 성과를 올리려고 할 것입니다. 이것이 무리가 되어 2년 후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이 때는 이미 성과급을 받았고 승진해서 다른 부서로 이동했을 때입니다. 부작용이 이때 담당자가 해결할 문제일 뿐입니다.
과거 백화점 매출이 시기별로 너무 심하게 변동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유는 백화점에 정기적으로 세일을 반복 하자 소비자들이 세일 기간만을 기다려 구매를 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분명 세일을 하면 잘 팔립니다. 광고만 하는 것보다 1+1이나 할인을 하면 훨씬 더 잘 팔립니다. 그래서 단기 성과 지향 마케팅에서는 세일을 함께 진행합니다. 할인이나 1+1이 없다면 최소한 사은품이라도 제공합니다. 그래도 단기 성과에는 세일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문제는 판매가 많을수록 커지는 경향을 보이는 게 부작용입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가격을 할인 가격 기준 또는 1+1에 맞추게 됩니다. 단기 성과 지향 마케팅이 끝나고 정상가로 판매하면 소비자들은 너무 비싸다고 느껴 구매를 꺼리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1+1이나 할인 판매 했던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브랜드 인식이 좋을 수는 없습니다. 갤럭시 S가 아이폰에 비해 낮은 브랜드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것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는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더 좋은 부품을 사용하고 많은 광고를 진행하는 것으로 채울 수 없는 틈입니다.
광고비를 받지 않고 매출의 일정 비율을 배분받거나, 추가한 가입자 수 대로 광고비를 지급받는 등의 퍼포먼스 마케팅 기업 역시 단기 성과를 극대화할 방법을 찾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기간 동안만 성과가 좋다면 보통의 광고 대행사보다 더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음은 물론 영업을 위한 좋은 레퍼런스도 쌓을 수 있습니다. 마케팅이 끝난 후 발생하는 일은 광고주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결국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나 브랜드가 좋은 기업은 단기 성과를 지향하는 마케팅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단기 퍼포먼스 마케팅을 선택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 정도로 안 좋은 경영 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기에 매출의 40%~50%를 주고서도 퍼포먼스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어차피 재고를 가지고 망할 바에는 빨리 팔아버리는 게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사업 기획과 마케팅 전략적 시각을 가지다 보니 과거 성과가 좋았던 018의 프로모션들의 성공에도 불구 왜 이동통신 5개사 중 꼴찌였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왜 입사하자마자 매월 그렇게 많이 가입자 프로모션을 했는지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물론 성공적인 가입자 프로모션을 매월 했음에도 순 가입자가 늘지 않았던 이유도, 시장 별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케팅에서는 단기 성과(퍼포먼스) 지향 마케팅을 일시적으로 기분은 좋으나 그 시간이 지나면 더 힘들어지는 환각 상태라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너무 응급이거나 수술이 필요할 경우 고통을 줄이기 위해 진통제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이 때는 단기 성과(퍼포먼스) 지향 마케팅을 통해 일단 눈앞을 문제를 해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단기 성과주의 마케팅이나 대리인 효과가 기업에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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