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조사에 따라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쿠팡은 단일 플랫폼으로 국내 1위 이커머스가 된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물론 지마켓과 옥션을 인수한 신세계/이마트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있기는 하지만, 단일 플랫폼으로 쿠팡은 강력합니다. 한때 소셜커머스 3사로 취급되던 쿠팡이 어떻게 이런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일까요?
소셜커머스를 넘어서
소셜커머스로 시작된 쿠팡의 경쟁자는 티몬, 위메프였습니다. 당시 국내 이커머스 1위였던 지마켓은 물론 11번가나 인터파크조차도 쿠팡의 경쟁자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막 오프라인 상점 할인 티켓 판매에서 조금씩 온라인 상품 판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수준이었습니다.
기존 소셜커머스 주 수입원이었던 식당 같은 오프라인 매장 이용권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을 넘어 온라인 쇼핑몰로의 변화는 쿠팡 플랫폼 내에서 거래 규모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상장한 적자를 발생시키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많이 팔면, 많이 적자보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사용자들도 쿠팡을 포함하여 여러 이커머스 앱에 가입을 하고 행사를 하거나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앱에서 구매를 하는 식으로 행동함으로써 이익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사용자를 잡아두지 못한 것은 물론, 대부분의 사용자가 수익성이 낮은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경쟁은 소셜커머스 3사 간에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소셜커머스의 사업 영역을 넘어 온라인 종합 쇼핑몰 시장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 감에 따라 지마켓, 옥션 그리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까지 경쟁의 범위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쿠팡의 적자는 해가 지나지 않아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차별화의 시작. 로켓 배송
솔직히 쿠팡이 로켓 배송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로켓 배송이 아니더라도 많은 경우 구매 다음날 저녁이면 상품이 도착하는 것이 국내 실정이었습니다. 미국같이 나라가 큰 경우야 3~4일은 기본이고 1주일도 넘게 배송이 걸리지만, 한국과 같이 국토가 좁고 대부분이 대도시에 모여 살고 있는 환경에서는 로켓 배송이 투자 대비 효율이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다음은 투자금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꾸준히 적자를 보이고 있는데 로켓 배송을 위한 인프라에 투자할 자금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 해 두해야 어떻게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기껏해야 홍보를 위한 액션일 뿐 실제 배송 인프라 구축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쿠팡이 너무 적자 기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 손정의 의장의 투자 소식이 들리면서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이후 공개된 적자 수준을 보고는 그럼 그렇지라는 부정의 확신을 가지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더 큰 매해 적자 규모를 견지도 로켓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였다는 점에서 대단하다 생각 들었습니다. 쿠팡을 보면 영화의 한 대사인 '강한 놈이 오래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놈이 강한 거다'라는 말이 떠오르게 됩니다.
로켓 배송을 사용하기 전에는 몇 시간 차이 또는 반나절 차이가 얼마나 가치에 영향을 줄까 하는 생각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단 몇 시간 차이라도 출근 전 배송을 받을 수 있는 것과 출근 후 배송이 오는 것은 느껴지기에 분명 큰 차이였습니다.
또한 자체 배송 시스템에 의한 무료 반품 서비스 또한 상당한 매력이라 전해 들었습니다. 남자는 저야 고장이 아니고서는 반품 자체를 하지 않지만, 결혼하신 분들의 이야기로는 아내 분들이 무료 반품 때문에 쿠팡을 끊을 수 없다고 하시기도 했습니다. 무료 반품 서비스가 포함된 쿠팡 와우 멤버십 가격이 오른다 했을 때 그래도 결코 쿠팡을 끊을 수 없다는 반응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로켓 배송은 지금까지 경험한 온라인 쇼핑 앱에서 구매한 후 진행되던 배송 서비스가 아닌, 끊을 수 없는 중독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생각했던 단지 몇 시간 더 빠른 배송으로의 로켓 배송이 아닌 사용자에게 중독을 일으키는 서비스의 하나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로켓 배송의 난이도
종합적인 쿠팡의 가치 사슬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도록 하고 이번에는 로켓 배송이 얼마나 어려운지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모든 업무에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들어가는 한계 비용이 존재합니다. 처음에는 적은 비용에도 많이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정 이상 효율이 달성된 이후에는 약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이 이전과는 상상할 수 없이 크게 됩니다.
현재 2시 이후 구매 시 다음날 오후 또는 저녁 배송인 일반적인 택배에서, 당일 배송이나 익일 오전 배송으로 몇 시간을 당기는 것이 바로 이 효율 향상의 과도한 한계 비용 지점에 속하는 것입니다.
오늘 구매해 내일 온다는 것은 둘이 같습니다. 단지 오전에 배송이 오느냐 오후 늦게나 저녁에 배송 오느냐는 사용자 측면에서 그리 큰 차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특히 홍보 포인트에서는 그냥 익일 배송으로 같습니다.
온라인 쇼핑 앱에서 오늘 구매하면 다음 날 배송이 가능한 이유는 국내 시장 특성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배송은 앱에서 결제가 이루어지면 해당 판매자가 택배 회사에 출고를 하게 됩니다. 택배 회사 직원은 여러 업체의 택배를 모아서 허브에 전달하게 됩니다.
이때 택배 회사 직원이 택배를 모아서 택배 브런치에 모아 정리한 후 배송될 고객 주소를 담당하는 허브로 보내는데 반나절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런 소요 시간 또한 국내 시장은 국토 면적은 작으면서 대도시 중심으로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렇게 허브에 모인 택배는 다시 고객의 주소로 배송하는 직원들이 있는 각 배송 브런치로 택배를 분류하여 보냅니다. 그리고 브런치에서 택배를 받은 직원들이 각 주소로 택배를 전달합니다. 이게 또 반나절 정도 걸리게 됩니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보통의 택배는 도시에 사는 경우 24시간 이내 대부분 배송받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후에 받거나 저녁에 받는 것은 택배를 전달해 주시는 기사분의 동선에 따라 먼저 전달받느냐 나중에 전달받느냐의 차이 정도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구매 물건의 배송 시간을 출근 전으로 당기기 위해서는 이것과 다른 배송 알고리듬이 필요합니다. 우선 일반적인 것에서 벗어난 이 알고리즘 개발에 비용이 추가됩니다.
배송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사용자가 앱에서 상품을 결제했을 때 판매자의 창고에서 물건을 허브로 이동시키는 과정을 없애야 합니다. 그러면 반나절의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판매자가 바로 구매 사용자에게 상품을 전달할 수는 없으므로 이 단계의 축소만이 해결책이 됩니다.
그럼 허브에 배송할 상품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재고 및 관리 비용의 추가를 의미합니다. 당연히 허브의 규모가 커야 할 것입니다. 이 또한 비용입니다.
그럼 적정 재고를 예측하여 허브에 보관하는 수량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택배회사의 영역이 아닌 IT 기술의 영역이 됩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통해 적정 재고량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배송 내역에 적절하게 분배, 최적의 배송 루트를 설계할 수 있어야 시간을 몇십 분이라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이 몇십 분이 바로 출근 전 구매 상품을 배송받느냐, 아니냐의 차이를 만듭니다. 이 몇십 분이 기존 택배와 같으냐 다르냐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몇 십분 차이로 출근 후 배송 된다면 앱 사용자 입장에서 오후 늦게 배송 오는 것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로켓 배송을 위한 조건은 쿠팡이 직접 판매를 하거나, 쿠팡에 입점한 판매자의 경우 쿠팡 로켓 배송 허브에 일정 이상 상품을 미라 넣어 두어야 합니다. 후자의 경우 필요 이상 재고 유지 시 비용이 증가함으로 밀크런을 통해 AI 계산한 값에 따라 상황에 맞추어 상품을 추가로 허브에 입고하게 됩니다.
이 또한 기존 배송 시스템과 다른 알고리즘입니다. 점점 로켓 배송을 위해서는 기존 운송 기업의 핵심 역량에 더하여 배송 IT 역량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과 다른 사용자 가치
물론 다른 이커머스 앱들도 쿠팡을 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쿠팡과 같이 독자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기존 사용하고 있는 택배 회사에 추가 비용을 주고 이를 위한 배송을 해다라고 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모두 비용입니다.
그리고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다 해도 쿠팡이 이미 제공하는 있는 로켓 배송 수중의 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을 지도 의문입니다. 과도한 비용은 들어갔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도를 사용자에게 주지 못한다면, 쿠팡에 대한 사용자 인지를 강화하는 역할만 하게 될 것입니다. 돈을 써서 쿠팡 로켓 배송이 좋은 것이라고 사용자들에게 홍보해 주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택배 회사에 추가 비용을 내고 배송을 로켓 배송과 같이 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택배 회사 입장에서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배송 시스템에 벗어난 추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또한 기존 작업 프로세스와 분리된 추가 프로세스도 구성/관리해야 합니다. 이것은 비용의 뿐 아니라 기존 배송 프로세스의 오류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해당 택배 회사의 택배 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들어갑니다.
택배 회사의 이런 비용적인 문제는 상당한 택배 비용 증가로 나타날 것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이커머스 앱 입장에서 택배 회사가 갑자기 내부 문제로 빠른 배송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기도 합니다.
결국 비용 측면의 문제와 핵심 역량을 지속 유지 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경쟁 앱들은 섣불리 로켓 배송과 같은 서비스를 시도하기도 유지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물론 네이버와 같이 자금도 풍부하고, 인공지능(AI) 기술도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판매자를 확보하고 있는 스마트스토어가 있는 경우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배송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3자 물류 또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조금씩 배송 역량을 확보하면서 로켓 배송에 접근한다면 상당한 가능성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미 확보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을 제공하는 형태로 택배 회사와 협업을 한다면 갑작스러운 택배 회사의 아탈로 인한 리스크를 상당 부분 헷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네이버 정도가 되어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예상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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