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는 국내 최대 영화 멀티플렉스 체인입니다. 국내는 해외와는 다르게 투자에서 제작, 배급, 상영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가 가능합니다. CJ는 이를 구축했습니다. 그러므로 CJ의 자회사인 CGV는 영화라는 콘텐츠가 존재하는 이상 어려울 수 없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왜 이러는 것일까요?
넷플릭스와 영화 시장 불황
국내 영화 시장이 불황이라고 말하기에는 요즘 '범죄도시 3' 관객 1000만을 앞둔 상황이 설명이 안됩니다. 그렇다고 호황이라 하기에도 최든 나온 많은 영화들의 관객 동원 성적표가 예년에 비해 너무 초라합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혹자는 넷플릭스의 영향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영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제한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넷플릭스는 미국 기업이고 그렇다면 미국이나 유럽 영화 시장도 국내 보다 더 안 좋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 최대 영화 제작사인 디즈니가 어렵기는 하지만 이는 최근 개봉한 디즈니 영화가 재미가 없어서일 뿐 극장 체인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리고 디즈니 영화가 재미없다고 극장 체인이 어렵게 되지는 않습니다. 다른 영화사가 제작/배급하는 영화가 재밌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요?
영화를 보러 가는 이유
CGV와 같은 멀티플렉스에 가서 영화를 즐기는 이유는 큰 화면과 좋은 사운드로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집에 큰 화면의 TV와 돌비 음향 시설을 갖추고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 화면과 좋은 사운드로 보아야 더 재밌는 영화가 나온다면 사람들은 극장에 갈 것입니다. 이를 영화관에서 보아야 제맛이 나는 영화라 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아바타나 탑건 같은 영화입니다. 범죄도시 3도 내용이 너무 뻔하다고 지적하기는 하지만 스트레스 풀리는 액션은 아무래도 극장이 좋기는 합니다.
개인적으로 줄거리가 치밀하고 대사가 많은 영화는 극장의 대형 화면이나 TV화면이나 크게 차이는 없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차이가 없다는 느낌을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가격입니다.
아무래도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관람 환경이 좋은 만큼 가격이 비쌉니다. 저녁 시간은 더 비싸고, 주말이나 휴일은 또 더 비싸집니다.
이렇게 극장 관람의 가격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보어야 하는 영화와 집에서 넷플릭스로 보아도 되는 영화를 분명히 구분하게끔 강제했습니다.
그리고 이 현상을 만든 것이 바로 CGV입니다.
가격 전략의 실패와 CGV 위기
CGV 위기의 근본 원인은 가격 전략의 실패인 것입니다. 바로 마케팅 실패라 할 수 있습니다.
CGV는 강력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국내 영화 산업을 좌지우지했습니다. 특히 영화관 시장에서 CGV는 경쟁 상대가 없을 만큼 강력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영화 관람 시장에서의 이런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CGV는 영화 관람료를 계속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그래도 남은 경쟁 멀티플렉스인 메가 박스와 롯데 시네마도 가격을 올렸습니다. 그다음은 중소 극장으로 가격 인상 흐름은 이어졌습니다.
CGV는 그냥 관람료를 올린 것뿐 아닙니다. 시간 대로 나누고, 요일별로 나누어 차등적으로 가격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평균 관람료는 별로 오른 것 같지 않게 보이게 끔 했습니다. 그러나 실질 관람료는 과거보다 2배 이상 오르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대부분이 회사원인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가장 비싼 가격이 붙은 시간 때뿐이기 때문입니다.
- 서비스 가격 전략
이러한 CGV의 가격 전략을 서비스 가격 전략이라고 합니다. CGV는 이 전략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서비스의 다른 요인 때문입니다.
- 상대 가격 상승
이러한 CGV의 가격 전략은 CGV가 예상하지 못한 한 가지 부작용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서비스 경험 저하입니다.
가격은 비교를 통해 평가되고, 이렇게 소비자 내부에서 평가된 결과는 해당 서비스 경험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대학로 공연보다 비싼 영화 관람료, 넷플릭스 월 이용료보다 너무 비싼 영화 관람료는 극장에서 보아야 하는 영화와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구분하게 강제했습니다.
더 이상 극장은 가볍게 영화를 즐기는 곳, 저렴하게 문화를 즐기는 장소가 아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사람들의 CGV로의 발걸음 자체를 주저하게 만들었습니다.
차라리 청년 인구 감소로 인한 데이트 축소에서 찾는 것이
아무리 관람료가 비싸더라도 데이트를 한다면 극장을 갈 것입니다. 특히 연예 초기는 더 그럴 것입니다. 서로 잘 보이고 싶은 단계부터 집에서 넷플릭스 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내 청년 인구가 줄어든 게 절대적인 데이터 인구의 수를 줄어들게 했습니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기는 했지만 그다음이 있다는 게 문제를 크게 만들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영화를 보는 극장이 운영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집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즐기는 것이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학습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더 터집니다.
바로 코로나 이후 국내 경기 회복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너무 느리다는 것입니다. 코로나는 끝났는데 아직 코로나 때의 상황을 CGV 멀티플렉스는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영화 관람 비용과 즉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해결이 쉽지 않은 것입니다.
CGV는 코로나 시기 수익 저하에 대한 대응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이제 코로나가 끝나니 영화 관람료가 너무 비싸 영화관을 찾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데이트족이 많으면 잘 보이려는 측이 비싼 영화 관람료를 부담하기에 그래도 좀 나을 것인데, 일단 청년 인구가 줄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청년 실업도 증가했고, 국가 경기는 회복 조짐이 없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현상이 양극화입니다.
있어 보이려면 확실하게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고, 가성비를 따지려면 넷플릭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CGV 같이 어중간하게 비싼 서비스는 꼭 영화관에서 보아야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일부 영화로 제한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된 것은 CGV가 수년간 만들어낸 마케팅 전략 실패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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