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마가 약 28조 원에 어도비에 인수되면서 화면 설계 또는 디자인을 도와주는 툴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럼 기획이라는 관점에서 흔히 목업 툴, 프로토타입 툴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목업, 프로토타입 툴 기획의 한계
개인적으로 목업 툴, 프로토타입 툴 등 화면 디자인 툴을 경험한 것은 분명하지는 않지만 2010년 전후인 것 같습니다. 과거 IT 스타트업 열풍이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면서 목업/프로토타입 툴도 유입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시기 개발자나 사업 기획자가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자에게 서비스에 대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디자인 툴에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나 사업가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투자자가 보기에 너무나 보잘것없는 모습이거나 사업 기획 문서가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목업/프로토타입 툴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목업/프로토타입 툴을 사용하면 앱이 작동하는 모습을 투자자에게 보여 줄 수 있었습니다. 투자자는 어떤 IT 서비스가 나올지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업 프레젠테이션 때 디자인을 몰라도, 아직 개발이 되지는 않았지만 화려한 앱 구동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은 투자자에게 앞으로 개발될 서비스를 더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었고 이는 투자에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목업 또는 프로토타입의 모습이 개발될 실제 서비스나 수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지 투자자에게 보여주는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후 목업/프로토타입툴은 해외에서는 디자인 툴로, 협업 툴로 발전하였고 국내에서는 기획 툴로 발전하였습니다.
해외와 국내가 달랄던 근본적인 이유는 기획자와 기획에 대한 인식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기획자라 하면 온라인 사업가가 사업을 기획할 때, 마케터가 4P 중 Product 중 온라인 서비스를 기획할 때, 개발자가 자신이 만들 서비스를 기획할 때를 의미합니다.
국내에서는 점점 기획을 화면 설계와 동일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획의 모습이 화면 디자인의 다른 형태가 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목업 툴, 프로토타입 툴의 가치는 커졌지만 가장 중요한 온라인 서비스 가치와 수익에 대한 부분은 기획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스타트업이 활성화되면서 MVP와 개발과 실험의 선순환이 IT 비즈니스 성공에 미치는 영향이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목업/프로토타입 툴보다는 PPT 또 이보다는 화이트보드를 통한 개발 기획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화면이 아니라 서비스 수익인 것을 여러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알게 된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최소 기능 온라인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하여 서비스한 후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 또 빠르게 개선하는 것이 화려한 화면과 다양한 기능을 개발하여 서비스하는 것보다 더 수익성이 높았던 것입니다.
이런 최소 기능 서비스 개발에 목업/프로토타입 툴은 개발에 도움이 안 되었습니다. 오히려 시간과 비용만 증가시켰습니다.
최근 사용한 툴
최근 잠시라도 사용한 적이 있는 기획 관련 협업 툴로는 줌, 잔디, 팀즈, 지라, 컨플루언스, 플로우, 미로, 노션, 피그마, 액슈어 등이 있습니다.
이런 툴 중에는 협업 툴도 있고 기획 툴도 있습니다. 기획 툴로는 주로 피그마와 액슈어를 사용하였습니다. 물론 고객사의 요청에 의해 툴을 사용하였습니다. 기획과 관련하여 길게 사용한 것이 피그마와 액슈어였습니다.
이 말은 개인적으로 온라인 서비스 기획에 이런 툴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통 온라인 사업 기획에서 서비스 개발의 흐름에서 화면을 그리는 작업은 경력이 낮은 주니어에게 진행시키게 됩니다. 또 화면에 대한 부분은 주로 디자이너가 작업을 하지 PM 또는 PO, 사업 기획자가 하지는 않습니다.
사업 기획과 서비스 가치 프로세스 작업은 여전히 엑셀과 PPT를 사용합니다. 가끔 워드를 사용할 때도 있지만 주로 사용하는 것은 PPT도 아닌 엑셀입니다.
데이터와 가치 구조, 서비스 연결성 등을 기획하는 데는, 이를 통해 기획된 서비스의 수익성을 예측하는 데는 아무래도 엑셀이 더 나은 도구입니다. 이를 보고서화 할 때 PPT나 워드를 사용합니다.
경쟁력 있는, 수익성 있는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기획 작업을 하면서 국내 기획 흐름에 대해 느낀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점과 다양하고 이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사업성과 서비스 가치는 기획에 없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일단 눈에 보기에 화려하고 이뻐야 하고 트렌드적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기획서는 인기 서비스들의 기능과 화면의 모습을 녹이고 정리하여야 합니다. 좀 더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피그마 같은 디자인 툴은 어느 순간 기획 툴이 되었습니다. 과거 일부 기획자는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기획 툴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피그마가 주류가 되었습니다. 피그마를 기획 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디자인 기능 외에 기획을 지원하는 피그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온라인 서비스 기획의 본질을 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화면과 서비스의 흐름, 개념을 표현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입니다.
온라인 서비스 기획의 본질은 이전에도 지금도 화려하고 다양한 화면이 아닙니다. 화려하고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한 서비스들은 구글과 페이스북 같이 서비스 본질에 집중한 단순한 서비스의 경쟁 우위에 밀렸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지원 기능이 있지만 초기 구글은 검색, 페이스북은 연결의 최소 기능만 제공하여 화려하고 다양한 기능의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이 앞서도 압도적인 가치가 존재했기에 지금의 구글과 페이스북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획력이 부족한 경우 시장이 아닌 지금의 구글과 페이스북만 보이게 됩니다. 결국 이를 따라 하다 보면 구글과 페이스북보다 더 나은 서비스 가치를 제공할 수 없게 됩니다.
지금의 구글과 페이스북은 과거 압도적 가치를 지닌 기능을 바탕으로 확장을 하면서 상호 보완 작용을 통해 성장한 결과인 것입니다. 이는 기획적으로 복잡하면서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므로 더 이상 이 글에서 진행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온라인 서비스가 경쟁력과 수익성을 가지기 위해서 기획은 압도적 가치 하나를 만드는 일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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