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획 프로랜서로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다양한 기획 분야를 접하게 됩니다. 저는 주로 화면 기획 분야로 투입되지만, 화면을 설계하기 위해서 기 진행되었어야 하는 여러 기획 작업물이 필요하기에 다양한 기획 분야를 접하게 됩니다. 이때 과연 이런 기획 산출물이 고급, 특급 수준인가 매우 자주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관련 기획 분야
제가 최근 경험하는 관련 기획 분야는 IT에 입니다. 앱이나 웹, 시스템 개발과 관련한 기획 분야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중 최근 주로 제가 하는 기획 분야는 화면 설계에 해당했습니다. 이를 위해 스토리보드를 작성하는 기획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렇다고 꼭 화면 설계만 한 것은 아닙니다. 투입된 프로젝트는 대부분의 경우 화면 설계 작업을 위한 사전 설계 작업이 안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전 설계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나의 IT 프로젝트, 특히 외주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개발 전 다양한 사전 기획 작업이 진행됩니다. 그 개발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한 기획 작업, 어떤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가질 것인지 결정하는 기획 작업, 경쟁력 있는 사용자 경험을 위한 기획 작업 등 개발 전에도 다양한 기획 작업이 진행됩니다.
이러한 개발 전 기획 작업의 내용들은 직간접적으로 화면 설계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또한 앱이든, 웹이든 IT 시스템의 개발이 진행되는 경우에도 화면 설계 전에 여러 기획 작업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개발되어야 할 시스템을 분석하고 설계하는 기획 작업, 기능의 정의하고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기획 작업 등 서로 다른 성격의 기획자가 투입되는 기획이 화면 설계를 위한 기획 전에 투입됩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개발할 앱과 웹 시스템의 비즈니스를 기획하는 비즈니스 아키텍처 기획 작업, 이러한 비즈니스가 IT 시스템으로 개발하는 설계를 하는 개발 설계, 결정된 IT 시스템 기능을 이용하는 사용자를 묶어두고 더 많은 수익성을 발생시키기 위한 경험을 형성하기 위한 UX 기획 등이 있습니다.
기획 작업도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초급에서 중급, 고급, 특급으로 갈수록 점점 기획 분야는 좁아지면서 전문적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이는 마치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를 위해 공부하기 위해 배우는 학문 학습 과정이 넓고 일반적인 것을 배우다 점점 박사로 가면서 더 좁아지면서 전문적으로 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보면, 최근 제가 투입되어 경험한 기획자들, 특히 고급, 특급으로 분류되어 투입되었던 이전 기획자들의 작업물과 인수인계를 보면 학문적으로나 전문적 기준의 초급, 중급, 고급, 특급의 구분과는 IT 기획 실무 현장의 구분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케이스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를 유교적 경력주의, 그러니까 어른이나 나이 많은 사람을 실력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존중해야 한다는 사고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소한 대학에서 배운 조직 및 인사 이론에 따르면 이런 설명이 가장 적절하다 생각합니다.
초급, 중급, 고급, 특급이 기준
특히 외주 개발 분야 IT 실무 현장의 초급, 중급, 고급, 특급 기준을 아주 극단적으로 말하면 능력이나 실력이 아닌 나이나 경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는 5~6년 경력이고 B는 13~15년 경력이라 가정합니다. A는 세계적인 IT 서비스를 직접 사업/개발 기획하고 운영하였고, B는 일반 외주 기획사에서 근무를 했지만 개발팀을 위한 지원 업무만 했다고 가정합니다.
A와 B의 경력 프로파일 A는 중급, B는 고급이라 쓰일 것입니다. 이에 따라 A와 B의 단가는 결정됩니다.
이러한 단가 구분은 과거 제조업, 건설 단가 결정 기준이 IT 인력 단가에 적용된 결과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과거 조달청 단가표 분석 및 프로젝트 평가 기준에 대하여 관련 공무원분과 인터뷰한 자료에 기반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판단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제 경험과 분석/연구의 결과 판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주 개발 현장은 이렇지만, 제가 직접 자본금을 대고 회사를 차려 직원을 써야 하는 경우는 판단이 다릅니다.
만약 500만 원 월급을 받는 직원이 300만 원 월급을 받는 직원보다 업무 가치가 낮다면 회사는 조만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뻔합니다.
결국 임금을 결정하는데 한국 문화의 특징 때문에 연공서열을 참고하겠지만, 회사의 생존을 위해 능력에 의한 초급, 중급, 고급, 특급 기준을 반영하게 됩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처럼 초급, 중급, 고급, 특급을 더 회사가 커지고 성장하기를 희망한다면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유튜브에 있는 스티브 잡스 인터뷰에 나오는 A급 인재와 C급 인재 이야기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경력은 많지만 실력은 없는 인력보다는, 경력은 짧지만 실력이 좋은 인력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선택입니다.
(물론 회사가 속한 사회의 문화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관리 및 내부 직원들이 받아들이는 사고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를 기획에서는 내부 사용자 UX라 합니다.)
하지만 외부 개발에서는 그렇지는 않습니다.
IT 기획 분야의 경력 체계의 문제점
이렇다 보니 종종 IT 기획을 전혀 모르는 기획자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기획이라는 의미를 전혀 모르고 습관적으로 일을 하는 기획자도 보게 됩니다.
투입된 해당 프로젝트 기획이 아닌 과거 자신이 한 기획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기획 문서를 보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그냥 현재 프로젝트와 관련이 전혀 없는 기획 내용이 작성되어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개발 문서나 들은 ASIS 내용만 수십 장 적어 놓은 자료를 기획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종종 기획 분야에서 만나는 고급 이상 기획자들이 IT 분야 경력은 거의 없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석사나 박사 학위 있는 사람이 브리지 임플로이먼트(직무 변경) 과정, 경력 중간 IT로 이직하려는 분들이 국가에서 지원하는 교육 과정 수료 후 갑작스럽게 IT 기획 전문가로 등장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과거 국가 지원 스타트업 열풍에 따라 갑작스럽게 많이 등장하는 IT 멘트들의 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도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발 현장에도 많이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총무 업무를 해도 IT 특급 기획자인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고/최대 IT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10~15여 년 전에도 기획자가 너무 많지만,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획자가 너무 적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외주 개발 분야에 들어온 계기가 외주 개발사라 신규 사업을 하려고 할 때 스카우트 되면서입니다. 당시에도 해당 외주 개발사에는 수많은 외주 개발 기획자가 존재했습니다.
최근 몇 년 투입되었던 프로젝트를 보면 지금은 양산형 기획자가 너무 많아져서 문제는 더 심각해진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기존 기획자가 3개월 기획한 내용이 프로젝트 내용과 전혀 맞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획자가 고급/특급 기획자였다는 것입니다.
열명에 가까운 기획자가 투입되는 프로젝트 기획 리더인데 IA나 공통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 화면 설계 작업이 대부분 끝나가는데 화면 목록과 공통을 다시 바꾸고, 화면 설계 기준도 변경하는 일도 보게 됩니다.
반대로 프로젝트가 상당히 밀려 고객 불만으로 신규 기획자를 추가 투입해야 하는 2명이 기획 작업에서 신규 투입되는 기획자를 고급으로 하니 인터뷰 때 기획 리더하면서 공통 잡겠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이 두 케이스 모두 기획자로써 역량이 고급에 미치는 못하는 케이스입니다.
(기획의 의미는 현재 상황에서 미래 결과를 만들어내는 계획을 설계하고 관리하여 결과를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두 케이스 모두 기회자로의 역량은 초급 수준으로, 그냥 경험한 일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상황이 조금이라도 과거 경험과 다르면 일을 하기 어려울 것일 예상할 수 있는 케이스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준 높은 기획이라 할 수 없습니다.
전자는 아예 외주 개발에서 진행하는 기획 업무조차 모르는 기획자라면, 후자는 기획 역량은 떨어지지만 외주 기획 업무는 경험 있는 기획자 정도 평가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후자도 사용자 화면 중심 기획만 한 기획자라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이번 프로젝트도 중간 투입되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간 투입되어 기존 기획자에게 인수인계받는데 처음 보는 인수인계 방식에 놀랐습니다. 결국 인수인계받는데 포기하고 개발할 서비스 정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및 설계, IA를 처음부터 다시 기획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제는 이런 일이 너무 많아 놀랍지도 않습니다. 단지 제가 프로젝트 기획을 조율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할 뿐입니다. 많은 경우 문제를 일으키는 기획자가 남아서 계속 문제를 키우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런 IT 기획 분야의 문제는 일상이 되어 그냥 그러려니 하는 수준에 달했습니다.
요즘은 그래서 수준 높은 기획에 대한 열망이 있습니다. 차라리 기획 전문 회사를 차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 듭니다. 정말 요 몇 년 경험은 기획 분야에서 만큼은 정말 심각한 질저하가 완성되었다 느끼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잡스나 모든 인사/조직 전문가가 말하는 C급은 C급 또는 D급을 끌어들이고, A급과 B급은 조직에서 쫓아낸다는 말이 맞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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